카테고리 없음

군중에게서 집단지성이 저해되는 이유

이재협 2021. 4. 12. 22:06
군중(群衆)은 일반적으로 정서적이고 비합리적인 동기에 의해서 움직이기 쉬운 사람들의 밀집을 말한다.

 

오늘날 군중 개개인의 지식수준은 높아졌다. 하지만 그에 비해서 집단지성은 효과적으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다.

집단지성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토론과 같은 깊은 대화를 해야 한다. 친목 관계를 형성하는 수준의 가벼운 대화에서 그치지 않고, 복잡한 문제에 대해서도 논하며 의견을 교환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군중들은 깊은 대화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 복잡한 의견 교류에 대해서도 폐쇄적이다. 그들의 일상에서는 토론 문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마치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나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 잘못되었다고 받아들이는듯한 모습이다. 깊은 대화의 조짐만 보여도 쉽게 거부감을 느끼고, 화제를 전환하려고 노력한다.

그들이 깊은 대화를 꺼려하는 이유는 언제든 언쟁으로 변할 거라는 걱정 때문이다. 이는 그 집단이 가진 트라우마를 보여준다. 이러한 트라우마는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그들은 언젠가 깊은 대화가 감정싸움으로 번진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로 인해 비슷한 상황이 또 벌어지는 걸 두려워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깊은 대화에 성공하면 된다. 그러나 반대로 말해서, 이는 그 집단이 깊은 대화에 성공해본 적이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미 형성된 트라우마가 깊은 대화를 방해하고, 깊은 대화를 못함으로써 트라우마가 짙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러한 악순환이 바로 그 집단을 정체시킨다.

집단에서 트라우마를 쉽게 극복하지 못하는 데에는 집단 문화의 영향도 크다. 특히 우리나라의 집단 순응주의에서는 집단 내에서 개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조차도 탐탁지 않게 여겨진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트라우마 극복을 시도하는 건 더욱 큰 심리적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군중들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깊은 대화를 피해 버리는 게 속 편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집단지성의 정체는 집단의 발전을 저해한다. 그리고 집단 순응주의는 간접적으로 집단지성의 정체를 심화시킨다. 그러므로 집단의 발전을 위해서는 집단 순응주의를 벗어던져야 한다. 이제는 집단의 효율적인 통제보다 지적 성장이 중요할 정도로 군중들의 수준이 높아졌음을 이해하여야 한다. 보편적인 집단의 문화가 이제는 바뀔 때도 되었다.